쌉소리/어느 소기업 이야기

할 일이 없으면 일요일에 나와서 분리수거라도 하던가!

허리띠를졸라매자 2024. 2. 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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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

얼마 전에 둘째가 아빠와 엄마가 어떻게 만나서 결혼했는지 물었단다.

아빠가 엄마한테 반해서 프러포즈했냐고 물어봤는데...

 

 

 

아빠는 엄마를 회사에서 만났는데, 아빠가 하는 일은 직원에 따라 업무능력이나 일을 대하는 태도의 정도의 편차가 꽤나 크단다.

 

보통 이 일은 1월부터 7월까지 바쁘고 8월부터 연말까지는 한가한데... 바쁜 시기에 일을 좀 줄여보고자 한가할 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일을 해두는 사람들이 있단다.

 

당시에 아주 업무능력이나 일을 하는 태도나 별로인 직원이 있었는데, 이 직원은 하반기 내내 일을 해놓지 않고 있다가는 3월 초에 퇴사를 해버렸단다.

 

 

일을 마감할 수 없으면 거래처에서 욕을 먹어야 하고, 심지어 사장입장에서는 거래처를 잃게 되는 경우도 생기는데 - 거래처를 권리금을 받고 팔게 된다거나 - 하반기 내내 큰 거래처들을 싸들고 있다가 일을 하나도 안 해놓고 법인세 신고마감시기인 3월이 시작되자마자 퇴사를 해버렸으니 사무실이나 남은 직원들이나 이런 낭패가 없었단다.

 

 

이직철이 아니라, 사람을 구하지 못하여 이 업종의 하이에나 같은 존재들인 알바를 5월까지 쓰면서 겨우 업무를 처리했는데...

다행히 괜찮은 알바들이 열심히 해 준 덕분에 신고 마감기한이 오기 며칠 전에는 신고서도 대충 마감이 거의 다 되었단다.

 

이 업종의 알바들은 거래처를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알바가 있더라도 잔여 직원들에게 업무가 과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이러든 저러든 마지막 주에는 약간 여유가 생겼고 마감일 기준으로 한 3~4일 정도는 알바를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상황이었단다.

 

달력을 돌아보니 28일 정도면 마감을 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여태까지 힘든 일을 도와준 알바들을 며칠 더 나오지 말라고 하기도 좀 그랬단다...

 

그러다 26일이던가... 사장이 출근을 해서는 다른 사무실은 어째서 주말에도 일을 하는데 우리 사무실은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단다.

 

사장은 내심 마감이 걱정되어 주말에도 출근했는데, 다른 사무실들은 불이 켜져 있는 걸 보고는 엉뚱하게도 '직원들이 주말에 출근하면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아도 될 텐데'라는 생각에 아르바이트비가 아까웠던 것 같단다.

 

23일 기준으로는 자료가 들어온 곳은 다 마감을 쳤고, 자료가 덜 들어온 곳들만 남아서 주말에 나와도 굳이 할 일이 없다고 했더니 사장이 엄마에게 내뱉은 답변은... '할 일이 없으면 일요일에 나와서 분리수거라도 하던가!' 였단다.

 

 

당시 엄마는 첫째를 임신 중인 상태였고, 사장도 그걸 알고 있었는데,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신고가 어느 정도 끝나가는 것 같으니 아르바이트비 일당이 아까워 본인이 직원을 잘못 채용하여 고생하는 직원에게 저런 소리를 했단다.

 

 

 

그때도 아빠는 사장에게 더러워서 이 사무실 못 다니겠다고 말을 했던 것 같다...

 

 

생각난 김에 이 업무의 마감스트레스라는 것은 직원뿐 아니라 사장에게도 있기 마련인데, 저런 사태가 생기자 3월에는 출근해서 1번, 점심 먹고 와서 1번, 퇴근하기 전에 한 번... 경력이 가장 많은 엄마를 불러 '미감칠 수 있겠냐?'는 하소연을 했단다. 한 번에 거의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를 소요했는데... 거의 매일을 하루에 두세 시간씩 본인이 일을 방해하고 있다는 생각까지는 못하더구나.

 

사장이든 선임이든 관리자가 무능하면 아랫사람들이 고생을 하게 된단다.

 

 

이번에 아빠가 백수가 되면서 이직할 회사를 알아보고 있는데, 저런 거지 같은 사장도 이제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하반기 단축근무를 시행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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