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차를 자산이 아닌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간단한 정비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가성비를 꽤나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란다.
차를 바꿔야겠다고 고민하기 시작한 건 한 3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은데...
지금 타고 있는 차도 정이 많이 들어 남에게 주기는 싫고 해서 엄마에게 운전을 가르쳐 지금 타는 차를 넘겨주고 차를 바꿔보기로 마음먹었단다.
차를 소모품이라고 생각하는지라 타는 차를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지도 않기에 낡은 차를 탐에도 별 아쉬움은 없기도 했는데 그래도 이제 슬슬 차를 바꿔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너희들이 큰 이유였단다.
첫째는 슬슬 고학년이 되어가고 그럼 아직 어린 너희는 여느 친구들처럼 우리 아빠차는 너무 낡고 작은 차라고 서운해하거나 부끄러워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놀러 가거나 바다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빠와 같이 놀러 다녀줄 시간이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기도 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단다.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아빠인지라 처음에 생각했던 것은 중고차란다.
아빠는 어느 정도 스스로 정비가 가능한 사람이라 차의 이상증상을 일반인 수준에서는 평균치보다는 조금 더 잘 알 수 있기도 하고, 어차피 수리를 하고 타야 하는 중고차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수리비 자체도 남들보다 적게 지출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고민을 3년 정도 한 것 같은데... 엄마는 작년에 운전을 배워 이제 혼자도 가까운 거리는 잘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운전이 늘었단다.
아빠는 여성스러운 유선형 디자인을 가진 세단을 좋아한단다.
요즘 나오는 차의 디자인은 점점 미래지향적으로 변해가는 느낌이 드는데 위의 그랜저가 아빠가 생각하는 '차같이 생긴' 디자인의 거의 끝물이란다.
이 차는 실내에도 의미가 있는데 촌스럽게 버튼식으로 된 공조장치의 버튼들이나, 여전히 스틱이 달려있는 변속기 레버등이 그렇단다.
운전을 하면서 직관적으로 공조기를 조작하기에는 버튼식이 좋고, 기어를 수동으로 자주 변속하는 아빠에게는 스틱이 달린 변속기 레버가 더 편하겠어서 위의 차량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소모품의 관점에서 보자면, 위의 그랜저는 지금 아빠가 타고 다니는 구형 아반떼에 비해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물론 아빠 입장에서야 더 신형의 더 크고 비싼 차를 타는 것이긴 한데... 그게 아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행위는 아니고... 아빠가 아닌 가족들이 좋아할 만한 차는 무엇인가를 고민했더니 아빠가 선호하지 않는 크고 못생긴 SUV 차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단다.
역시나 가성비까지 고려하여 위 사진의 카니발을 중고로 살까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이 차는 바로 위에서 아빠가 고민했던 그랜저와 실내는 거의 비슷하지만, 외관이 아무래도 아빠가 생각하는 '차 같지 않은' 모양새라 크게 내키지는 않았단다.
그렇지만 아빠의 취향만 조금 포기하면 차가 더 크니 너희들과 놀러 가기에는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첫째가 더 커서 아빠와 놀러 가주지 않게 되기 전에 최근에 유행했던 차박이라는 것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하지만 엄마는 위의 카니발은 옛날 차 같은 느낌이라 못생겨서 싫다고 하였고 가장 최신식의 중고차는 신차와 가격이 별로 차이 나지 않기 때문에 신차를 알아보게 되었단다.
아빠는 현대차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인데 요즘의 현대차의 디자인은 너무 미래지향적이라 아빠가 좋아하는 '차같이 생긴 것'과는 많이 멀어졌단다.
그러다 보니 요즘엔 기아차의 디자인이 더 괜찮은 것 같기도 하여 기아자동차 홈페이지에 들어가 너희들과 차박이 가능할 수준의 차량을 찾아보니 쏘렌토와 카니발로 좁혀졌단다.
바로 위의 산타페와 달리 여전히 차 같은 형태의 유선형 디자인의 옆라인이 가장 맘에 들었고, 예전 기아차의 날라리 같은 디자인에서 그릴이 좀 더 커서 그런지 약간 고전적인 차량 같은 느낌도 주는 것이 '아직 차같이 생긴 차가 나오기는 하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그냥 여기서 멈췄으면 조금은 옛날 차 느낌이 나는 디자인이었을 것도 같은데... 라이트류의 디자인이 또 현대적이고 기아차다운 느낌의 디자인이라 그렇게 옛날차같이 보이지는 않는 느낌이 들어서 바로 딜러를 알아보고 차를 계약하게 되었단다.
금전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아빠는 거의 10년을 외벌이를 하고 있는데, 아직 너희들이 어린 지금은 돈을 더 버는 것보다는 집에 오면 언제나 엄마가 있고, 엄마가 간식을 챙겨주고 하는 것들이 너희들이 성장하는데 정서적으로 꽤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그게 돈을 더 버는 것보다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한단다.
그래서 맞벌이를 하는 것은 둘째가 2학년이 되는 내년 정도를 오래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단다.
반면 맛있는 것을 먹는 것엔 꽤나 관대한 편인데 아빠가 워낙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가족끼리 맛있는 것을 먹는 즐거운 추억들을 너희들에게 많이 남겨주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란다.
금전적으로 걱정을 했던 부분은 아빠가 술담배를 좋아하여 너희들이 아직 너무 어릴 때 아빠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는가 하는 부분이었단다.
그래서 예정된 외벌이를 하는 동안에는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아두어야 아빠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겨도 너희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엄마가 혼자 아빠보다 적게 벌더라도 생활고를 겪지 않고 버틸 수는 있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가장 컸단다.
아빠가 장난으로 우리 집 가훈은 '허리띠를 졸라매자'라고 할 정도로 짠돌이 느낌은 나지만 실제 아빠가 아까워하는 비용은 아빠에게 쓰는 것이 가장 크단다.
그러다 보니 처갓집엘 갈 때면 너희들의 외할머니는 허름한 아빠의 옷을 보면서 아빠의 옷을 좀 사줘야겠다는 고민을 하시고, 너희들의 할아버지는 매주 로또 복권을 사시는데, 로또가 당첨되면 아빠의 차를 고급차로 바꾸어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하신단다.
긴 외벌이 기간에도 아빠는 꽤나 쏠쏠하게 돈을 모았는데 외갓집에서는 정말 돈이 없어서 아끼는가 생각하셨던 것인지 이번에 신차를 계약했다는 말을 들으신 너희들의 외할머니는 '차를 사길 잘했다. 내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하셨단다.
때마침 외할머니도 차를 바꾸셔서 최근에 차얘기가 많았는데... 아빠가 가성비를 포기하지 못하고 중고 카니발이 좋은데...라고 했더니 차를 왜 중고차를 사냐고 새 차를 사야 한다는 외할머니의 말씀에 마음을 굳히기로 했단다.
아빠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조금 아쉽지만, 아빠를 제외하고 모두가 좋아하는 것 같으니 '가족'을 위한 선택지로는 더 괜찮은 선택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빈곤을 벗어나면 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아빠의 가치관대로... 너무 아끼면서 잃는 것도 생길 수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만족하는 사람이 많으면 이번에는 더 아끼는 쪽으로 선택을 하면 안 될 것 같구나.
그 와중에도 가성비를 포기하지 못한 아빠는 기름값이라도 아껴보겠다고 하이브리드로 구매를 하였단다.
이로써 포기할 수 없던 실내디자인 두 가지 요소 중 하나인 스틱형 변속 레버의 문제는 해결되었는데...
이 차량은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이란다.
예쁘긴 하지만 불편할 터치식 버튼은 답이 없지만... 이 정도는 이제 포기해야 할 시대가 온 것도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