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의 글에서 이 업종이 이직이 잦은 이유는 충분히 설명을 한 것 같습니다.
이제 초보 세무사사무실 직원 aka 세순이를 위한 이직하는 타이밍에 대해 간단하게 고찰해 봅니다.
사실 세무회계사무실의 업무는 계속해서 배워야 하는 일입니다.
새로운 것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세법도 계속해서 바뀝니다.
그러다 보니 연차가 쌓여도 계속해서 일을 배워나가야 하는 것은 모든 직원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실제 업무를 전문가 느낌으로 할 수 있는 연차는,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평균적인 수준의 업무능력을 보유한 개인이라면 10년 정도의 경력이면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입장은 좀 다른데, 회사는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욕구가 있기에 연차가 낮은 직원으로 사무실을 꾸리려는 경향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초짜 막내를 포함하여 직원이 4명인 사무실이라면 10년 차를 3명 쓰는 것보다는 다른 직원들의 업무를 도와줄 수 있는 10년 차를 하나 정도 고용하고 나머지는 3~5년 차로 구성하는 것이 임금이 더 싸기 때문입니다.
5년 차 정도면 이제 신고서를 뽑을 줄 알고, 이제 진짜 어려운 것들을 배우기 시작해야 하는 시기인데... 이렇게 인건비를 아끼는 회사입장에서는 또한 일을 쉽게만 보려는 경향이 있어 이제 갓 신고서를 뽑을 줄 알게 된 3년 차나 5년 차 정도면 10년 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회사들이 워낙 많다 보니 가장 인기가 많은 연차는 3년 차와 5년 차입니다.
여기에서도 회사마다 취향이 갈리는데, 그래도 가산세등의 위험을 조금 더 기피하는 성향이면 5년 차를 선호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데 더 비중을 두면 3년 차를 선호하게 됩니다.
그래서 직원 입장에서 가장 이직이 쉽고, 연봉에 프리미엄이 붙는 시기가 3년 차~5년 차가 됩니다.
회사가 좋은 면만 있다면 한 곳을 계속 다녀도 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기 때문에 보통은 이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첫 번째 이직은 3년 차, 두 번째는 5년 차, 세 번째는 10년 차 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3년 차에 한번 몸값을 올리고, 5년 차에 한번 더 몸값을 올리고, 그리고 10년 차까지는 진짜로 일을 배우는 시기가 됩니다.
그렇게 10년을 열심히 배워 전문가가 되면 이제 정착할 사무실을 찾아 다시 이직하면 됩니다.
옛날 사람들(꼰대)은 한 곳에 오래 다닌 직원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이직이 본인이 일을 배우는 것에는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쨌거나 영업을 해야 하는 세무사의 특성상 개업을 하고 나면 본인의 영업에 특화된 거래처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런 경우 그곳을 아무리 오래 다녀봐야 할 수 있는 업종은 해당 사무실에 특화된 업종뿐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 전문 세무회계사무실이라면, 연차가 10년이 되어도 해본 일이라곤 가장 쉬운 업종인 음식점밖에 없기 때문에 일이 늘지 않아 나중에 이직을 할 때 지장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직을 하며 여러 유형의 거래처를 상대하는 것이 실무자 입장에서는 일을 배우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력서상에 너무 이직이 잦으면 '이 직원은 뽑아도 얼마 못 다닐 테니까'라고 생각하여 채용을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1년 미만의 너무 잦은 이직은 오히려 해가 되고, 반년 정도 다니다 도망친 회사라면 아예 이력서에 적지 않는 것이 구직에는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연차는 대충 얘기한 것 같으니 정말 이직이 닥쳤을 때 이직을 하는 타이밍을 좀 더 깊게 생각해 보자면, 상반기에 바쁜 이 업무의 특성상 그래도 상반기 신고는 해주는 것이 도의상 좋습니다.
같은 이유로 이력서를 꼼꼼하게 보는 구인 담당자는 입사지원자의 퇴사시기들까지도 확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월이나 3월에 퇴사를 했다 하면 그 직원이 다녔던 회사는 난처해졌을 테니까요.
물론 이직하는 시점에서야 회사가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다는 것일 테지만, 회사는 회사고, 나의 이직은 같이 웃던 동료들에게 일이 떠 넘어가게 되는 상황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득세까지는 해주는 것으로 하면 이제 이직이 가능한 시기는 6월부터 12월이 됩니다.
6월은 회사와 밀당을 하기 좋은 시기인데... 6월까지만 다니겠다고 사직서를 내게 되면, 보통은 미리 일을 당겨서 해놓을 수 없는 부가가치세 신고 특성상 7월 부가세까지는 일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래서 뭔가 요구할 것이 있다면 6월인 이 타이밍이 좋습니다.
바로 취업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회사에서 따로 붙잡지 않더라도 7월 부가세를 안 하고 쉬게 되니 어차피 노는 시간이 더 즐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6월에 내가 나가도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동료들이 고생을 할 테니 역시나 심적인 실제 퇴사시기는 7월로 잡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데 또 생각을 해보면, 7월 부가세가 끝나면 이제 8월부터 12월까지는 상반기 고생에 대한 보답으로 출근하여 노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그렇다면 퇴사하기 전에 최대한 놀면서 힐링을 하고 퇴사하는 것이 좋을 것인데...
8월에는 여름휴가를 가고 휴가비를 받습니다.
9월에는 추석이 있고 떡값을 받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이직을 하게 되는 경우는 부가세도 해주기 싫은 거지 같은 회사라 6월이 아니면, 추석 떡값을 받고 퇴사하여 9~10월이 되게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이직을 하였다고 이게 끝이 아니고 새로 들어간 곳이 이전 사무실보다 더욱 별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언년이처럼 추노하여 새로 이직하는데 시간이 또 걸립니다.
그래서 이직 직후에는 계속해서 이력서를 넣으면서 다닐만한 회사인지 어떤지 각을 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6월에서 10월에 이직에 성공하고 나면 실무적인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8월에 입사를 하나 11월~12월에 입사를 하나, 입사한 사무실에서 먼저 퇴사한 직원은 어차피 일을 해놓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일이 하나도 되어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해가 바뀌기 전에 그래도 일을 좀 해두어야 내년의 자신이 편해지는데, 10월에 입사를 하는 것과 12월에 입사를 하는 것은 놀면서 짬짬이 일을 할 시간이 3배까지 차이가 나는 꼴이 됩니다.
그래서 11월이나 12월에 입사를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이미 이직할 사람들은 다 이직을 하였기 때문에 구인공고도 전보다 줄게 되어 이직을 하고도 구직활동을 계속해야 하는 위와는 달리 11~12월에 입사를 하게 되면 이직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상반기를 손가락 빨고 살 수는 없으니 이때가 되어 입사를 하면 조건이 아주 별로인 사무실이라도 다시 구인공고가 올라오는 상반기까지는 다니게 되게 마련입니다.
그럼 어차피 그만둘 사무실에서 상반기 고생만 해주고 나가는 꼴이 됩니다.
그런 이유로 11~12월에 입사를 하는 것은 늦습니다.
본문을 다시 정리하면 3, 5, 10년 차의 9~10월이 실무자에게는 이직에 가장 좋은 시기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