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날 교통사고가 있었습니다.
퇴근길 신호대기 정차 중 뒤차가 브레이크를 놓쳐 후미추돌을 당했습니다.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심하게 부딪힌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내려서 차량을 확인해보니 크기 않은 까임 2개, 도색이 벗겨지지는 않은 약한 칠의 번짐 1개가 확인된 상태이나... 제 차는 오래된 차이기도 범퍼를 수리하거나 도색을 새로 할 정도는 아니라 판단되어 그냥 가시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락처는 받지 않았습니다.
일전에도 경미한 사고에 그냥 보내드린 적이 두어 번 있고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혹시 몰라 블랙박스 영상은 따로 보관해두었습니다. 사고는 사고니까요.
후유증
10일 오전에 일어나니 등 쪽에 통증이 느껴져 잠을 잘못 잔 것이라 생각하고 집사람에게 파스를 발라달라 하고 출근했습니다.
11일 통증이 우측 어깨로 옮겨갔고 강도는 더 심해졌습니다.
12일 금요일, 통증이 더욱 심해져, 교통사고 때문이라는 판단을 했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대방에게 대인 접수를 해달라고 하려, 상대방 연락처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교통사고 시 상대방의 연락처를 알 수 없는 경우,
블랙박스 영상을 보관 중이었고, 후미추돌이라 상대방의 차량번호가 선명히 확인이 되었습니다.
사고가 난 지역의 관할 경찰서의 교통사고 조사하는 부서를 방문해, 상대방 차량의 번호를 알려주면 사고 접수 전에 먼저 상대방의 연락처를 조회해 연락을 먼저 시도해줍니다.
목적은 보험접수이지 사고 신고가 아니니까요.
사고 접수를 하지 않아도 상대방과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은, 경찰서 방문입니다.
담당 경장님이 먼저 자동차등록증상 소유자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였는데, 통화 상대방은 자신은 모르는 차량번호라 하였습니다.
다시 담당 경장님은 상대방 차량의 보험내역을 조회하였으나 경찰서에서 조회하는 보험내역에는 상대방의 전화번호가 나와있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경찰이 볼 수 있는 번호와 보험사가 직접 볼 수 있는 번호가 다른가 봅니다.
경장님은 보험사에 연락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상대방에게 연락하여주기를 요청하였으나, 상대방은 보험사의 전화도 받지 않아, 보험사 측에서 다시 상대방을 가입시킨 보험설계사를 통하여 연락을 시도하였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의 보험접수가 없어도 본인 보험으로 치료는 가능
상대방이 연락이 되지 않으니, 대인 접수는 당장 방법이 없고, 통증은 심해지고 있으니 그냥 두면 더 심해질 것이라 판단하여 당장 치료를 받는 법을 알아보았습니다. 제 경우 자동차 보험가입 시 특약으로 자동차상해라는 것이 가입되어 있는데, 먼저 이것으로 치료를 받고, 차후 상대방이 대인 접수를 해주면 상대방의 대인으로 보험접수번호를 변경할 수 있다는 안내를 KB손해보험 고객센터 측으로 받았습니다.
경장님께 여쭈니 제가 사고 접수를 하면 상대방에게 벌점 10점이 부여되고, 나와서 진술서도 작성해야 하고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다 하여, 일단 저는 치료를 받고 보험사와 상의한 후에 사고 접수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통증이 심해지고, 저는 3월이 가장 바쁘며, 컴퓨터를 하루 종일 사용하는 업무 특성상 주말에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 판단되어 먼저 제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요청하고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습니다.
경미한 사고라도 연락처는 받아두어야...
사고 당시 제가 느낀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고, 블랙박스 영상상으로도 아주 강한 충격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제 통증은 점점 강도가 세졌고, 최초에는 등 쪽이, 이후 오른쪽 어깨와 목 쪽이, 현재는 오른쪽 어깨의 관절 쪽에 통증이 있습니다.
통증의 부위가 옮겨 다니는 것은 교통사고 시 흔한 일이라고 병원에서 치료 시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전처럼 경미한 사고인 듯하여 연락처를 받지 않은 것을 자책하며 치료를 받았습니다.
가장 빠른 방법은 경찰에 교통사고 접수를 하고 직접 청구를 하는 것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어 보험사의 직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상대방이 연락이 되지 않는 현 상태에서의 절차는, 제가 제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받고, 제 보험사는 상대방 보험사에 구상권을 청구하고, 상대방 보험사는 가해자 상대방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게 일반적인 절차라 안내받았습니다. 최종적으로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게 되는 시점에 가해자는 '대인 처리하겠습니다'로 끝나는 게 일반적이라 합니다.
제 보험사에서도 상대방의 보험사를 통해 연락을 시도하였으나 여전히 상대방은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경미한 사고라 통증이 있을 리 없다고 상대방이 보험처리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경찰에 사고 접수 후 상대방 보험사에 보험금을 지급해달라고 청구해달라고 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안내받았습니다.
사고 접수로 인한 상대방의 불이익은 대인 접수를 받고 접수 취하를 하면 되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안내받았습니다.
위의 경우 제가 상대방에게 보험 처리해달라고 사정해달라는 그림이 되고, 아래의 경우 상대방이 접수를 취하해달라고 하는 그림이 되니 제가 유리하다고 하며 보험사 측의 담당 직원은 퇴원하면 바로 사고 접수를 진행하라 말을 하였습니다.
역시 보험사 직원을 믿어서는 안 된다...
상기 내용을 다시 경찰에 문의하였습니다만 내용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사고접수 후 취하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통사고 접수를 취하한다는 것은 결론적으로는 '나는 피해를 입은 것이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안내받았고, 여기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니 나는 피해를 입은 것이 없어 사고 접수를 취하하는데, 피해를 입었으니 대인 접수를 해달라고?'라는 그림이 나오는 것 같았고, 경장님은 보험사에서는 일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경찰 측에 떠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바로 위의 제 고민과 마찬가지로 접수를 취하해주면 상기의 이유로 상대방에게 역공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하였습니다.
여기까지 안내받은 내용을 가지고 다시 보험사 직원과 통화를 했으며, 보험사 직원은 상기의 내용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접수 취하가 아닌,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를 써주는 방법도 있다 하였으나, 이 경우 상대방의 벌점 10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보험사의 직원이 제게 (의도적으로) 부정확한 정보를 주었다는 판단이 들어 더 이상 신뢰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사고 접수
저는 여전히 어깨 관절 쪽에 통증이 있으나, 제 업무 특성상 연중 3월이 가장 바빠 계속해 입원해 있을 수가 없어 통원치료를 받기로 하고 어제 퇴원하였습니다.
상대방이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고, 저는 제 보험사를 신뢰할 수 없으니, 상대방의 벌점 10점이라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사고 접수후 직접청구하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했고, 퇴원 후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를 작성하고, 진단서와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하였습니다.
경장님은 사고접수 전 상대방에게 한 번만 더 연락을 시도해봐도 되겠냐 여쭈셨고, 저는 상대방의 불이익이 목적이 아닌 보험접수가 목적이니 그러시라 말씀드렸습니다.
상대방 연락 성공
저녁을 먹고 있는데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상대방이 연락이 되었고, 당장 대인 접수를 해주겠다 하였다. 그런데 대인 접수를 위해서는 제 연락처와 차량번호, 이름을 알아야 하는데 알려주어도 되겠냐고 물었고, 알려주어도 된다 답변했습니다.
상대방은 바로 보험접수를 해주겠다 하였고, 그럼 제게도 보험접수번호가 안내가 오니 문자를 수신하고 경찰에 연락을 해주면 사고 접수는 없던 것으로 처리하겠다 안내받았습니다.
사나이대 사나이로
20~30분 경과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기에 가해자인가 하여 받았습니다.
통화를 하고 기분이 나빠졌는데, 상대방의 요점은...
1. 사나이대 사나이로 합의금 20만 원으로 끝내면 어떠신가?
2. 사나이대 사나이로 내가 힘들어서 그러니 위의 조건으로 부탁드린다.
3. 아니 사나이가 그 정도 사고로 아프냐?
였습니다.
저는 저번 10일부터 현재까지 통증이 계속 있고, 치료를 받았고, 치료를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추가로 지출될 치료비 역시 20만 원이 충분히 넘을 듯 하니 그냥 보험접수를 해주십사 말씀을 드렸고, 결국엔 보험접수를 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후 약 3~5분이 지나도 보험접수 문자를 수신하지 못하였고, 담당 경찰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제 퇴근시간인데 연락이 없으셔서 전화했다는, 보험접수받으셨냐는 전화였습니다.
상대방이 보험접수를 해주겠다 하여 기다리고 있으나 아직 접수는 안되었다고 말씀드렸고, 접수가 되면 말씀드릴테니 사고 접수는 없던 것으로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는데 약간 화가 났습니다.
먼저 저는 피해자이고, 차량의 작은 까짐도 굳이 도색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입장입니다.
여기서 사나이답게 그냥 가시라 했습니다.
통증이 없었다면 이후 대인 접수를 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사나이답게 3일을 통증을 꾹꾹 참아보다 치료를 결정했습니다.
상대방이 연락이 되지 않아 가장 빠른 방법인 사건 접수를 눈앞에 두고도 상대방이 입는 불이익이 안타까워 사나이답게 사건접수를 바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경찰에는 바로 보험접수를 하겠다 거짓말을 하고 제게는 위의 조건을 제시하였습니다.
사고가 났고, 사람이 아프다는데 보험접수를 해주지 않으려는 것이 사나이다운건가요?
사나이는 사고가 나도 아프면 안 되는 건가요?
사나이는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요?
글을 작성하는 현재까지 상대방은 보험접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어제 통화 말미에는 보험접수를 하겠다고 하였고, 보험접수는 전화 한통화면 5분 이내로 끝나는 것인데 말이죠...
글을 게시하고 저는 사고 접수를 해달라 해당 경장님께 문자를 보낼 생각입니다.
기분이 나빴거든요... 제가 보기엔 제가 더 사나이 같은데... 어디서 사나이 답지 않게 굴면서 사나이를 들먹거리는가... 그런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사나이가 구라나 치고 말이야...'
이번에 느끼고 알게 된 바를 정리하자면,
1. 경미한 사고라도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연락처를 꼭 받을 것
2. 블랙박스 등 사고 자료는 항상 확보해 둘 것
3. 사고가 나면 나의 보험사도 상대방의 보험사도 나의 편은 아니라는 점
4. 보험담당자의 말을 100% 신뢰하지 말 것
5. 상대방이 대인 접수를 거부하면 경찰에 교통사고 접수를 하고 상대방 보험사에 직접 청구하는 방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