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목요일 집사람이 코로나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보건소로부터 2주간 자가격리 통지를 받았습니다.
근무 중 집사람에게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즉시 조퇴하여 선별 검사소에 아이들을 데려가 모두 검사를 받았습니다.
직장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같이 검사를 받았습니다.
집사람은 자가격리를 하면 되는데, 저희 집엔 8살, 5살 어린 자녀가 둘이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보건소에 문의하여 저와 아이들 둘은 자가격리 대상자가 아니니 정상적으로 생활을 하면 된다고 안내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출근을 해야 한다는 얘기이므로, 당장 내일 혼자 있을 아이들이 문제였습니다.
먼저 집사람의 식사 제공을 위해 일회용 용기들을 사 왔습니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거나 데워먹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요기가 될만한 간식거리를 구매해왔습니다.
사진의 간식거리 이외에 집에는 항상 아이들 손이 닿는 곳에 과자가 수십 봉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자는 요기가 되지 않을 것 같아 빵 위주로 구매를 하였습니다.
급하게 일어난 일이라, 집안 청소 등을 하며 거의 자정까지 쉴 틈 없이 일을 해야 했습니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출근하기 전에 간단한 요깃거리를 만들었습니다.
원래 아침은 먹지 않는 편이지만, 아이들이 저녁 아빠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버텨야 하므로 출근 전 깨워서 간단히 먹였습니다.
점심은 주먹밥류로 만들어 아이들이 챙겨 먹을 수 있게 하고, 혹시 모르니 음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곤 잘 때를 포함하여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였고, 아이들의 밥상과 식기를 구분하여 사용하게 하였습니다.
재택근무와 병행하여 집안일을 해야 했기에 이후들의 식사는 최대한 간단하게 준비하였습니다.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 아이들은 식판을 이용하였고, 저는 접시 하나만을 사용하였습니다.
밀접접촉자인 집사람에게 들어가는 식사 및 식수, 음료는 전부 일회용기만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여행 갈 때 만일을 대비해 설치하는 CCTV인 샤오팡 카메라를 설치하였습니다.
집사람의 식사는 문 앞에 두고 노크를 하면 집사람이 가져가는 식으로 했습니다.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 전화를 걸 줄 아는 첫째에게, 배가 고프면 아빠에게 전화를 하라 일러두고 출근했습니다.
다음 날 오전 집사람의 음성 통보를 받고 회사로 출근하였습니다.
월요일 집사람이 미열이 있어 다시 재검사를 맡고 다시 음성을 확인한 상태에서 화요일까지 출근하고 도저히 안 되겠어서 회사에 재택근무를 요청하였습니다.
이후에는 뭐 집안일의 반복입니다.
격리 중 택배로 자가격리 구호품을 수령하였습니다.
명절 때마다 장모님이 사주시는 맛있는 광천재래김과, 물티슈, 햇반, 간편 국, 생수, 통조림 햄, 참치캔, 과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제가 보기에 생수는 환경을 생각하여 라벨이 없는 생수였고, 햇반은 오뚜기밥보다 맛있으니 햇반, 참치는 후순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사조참치, 햄은 스팸은 외제고 맛없는 ㅇㅇ미트를 줄 순 없으니 리챔,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초코파이류의 간식으로 구성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같이 날아온 안내문을 보니 생활지원금 관련 서류가 있었습니다.
# 생활지원비
요약하자면,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리를 하거나, 동거인이 자율적으로 자가격리를 하게 되는 경우, 국가에서 일정 금액을 지원해줍니다.
지원은 총 두 가지로 나뉘는데, 회사에서 유급휴가를 부여한 경우 회사에 유급휴가비를 지원해주고, 회사에서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은 경우 격리자 본인에게 생활지원금을 지원해줍니다.
요건은 유급휴가를 지원받지 않을 것 + 공공기관, 공기업 등 국가의 인건비 지원을 받는 기관의 종사자가 아닐 것입니다.
(백수는 안 준다는 얘기로 보입니다.)
제 경우 유급휴가가 아닌 재택근무였기에 요건이 해당되어 집사람 자가격리가 끝난 후 첫 번째 평일 오전에 동사무소에 집사람이 방문하여 신청하였고, 입금까지 예상은 2개월 정도 걸린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에 유급휴가를 받지 못한 서운함이 살짝 있었지만 유급휴가가 아닌 재택근무라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 멘탈 챙기기
중간에 일련의 에피소드들도 있었는데, 위의 집사람의 발열이 첫 번째였습니다.
집사람은 발열에 예민하여 하루에 수백 회 체온을 측정하는데...
자가격리 당시 일교차가 크고 낮의 기온이 높았습니다.
기온도 높은데 밀폐된 방에서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체온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
집사람이 발열이 있는 것 같다 하여, 에어컨을 틀라고 안내했지만, 불안함을 이기지 못해 보건소에 문의 후 다시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1회 받았습니다.
격리되어 있는 집사람이 힘들까 봐 저는 커피를 자주 사다 주었는데, 한 번은 프랜차이즈의 대용량의 라떼를 사다 준 적이 있습니다.
갑자기 집사람이 미각과 후각을 상실한 것 같다고 또 울면서 보건소와 통화 후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뛰쳐나갔습니다.
저는 그 광경을 목도하며... '대용량에 라떼인데 얼음이 다 녹으면 당연히 밍밍하지.'라고 했고 결과는 역시나 또 음성이었습니다.
집사람은 평소에도 작인 일에 예민한 편이라 코로나 확진자 카페에 가입하여 이런저런 것들을 보며 걱정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코로나 확진 증상 중에 미각과 후각을 상실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하필 라떼가 다 녹아서...
생각이 많아지면 결론은 부정적으로 기울기 마련입니다.
자가 격리하시는 분들 멘탈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검사를 받으러 나가는 2회는 보건소에 검사를 받으러 나가도 된다는 허가를 득한 후 마스크 착용하고 집사람 혼자 선별 검사소까지 걸어서 이동하였습니다.)
# 밀접접촉자의 접촉자는 안전한가?
의문이 든 사항이 있었는데, 밀접접촉자인 집사람이 자가격리 통보를 받았음에도 같이 생활하는 가족인 저희는 자가격리 통보를 받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음성일 때는 전파력이 약해서 그런 것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양성일 때도 증상이나 시기에 따라 전파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3천 명이 되어버린 요즘 시기 건강 유의하시고 방역수칙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