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연말이라 관리자가 모지란 회사들은 직원에게 신고 안내문을 작성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무회계사무실 실무자가 연말에 해야할 일 (tistory.com)
일전의 글인 연말에 해야 할 일에서 저는 이 안내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이 안내문이란 것이 실상은 되게 비효율적일 수 있어 쉬어가는 차원의 글을 하나 게시합니다.
위는 일반적인 형태의 종합소득세 신고 관련 안내문입니다.
하단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사업장별로 해당되는'이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는 이 안내문이 생각보다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어서입니다.
안내문을 보면 '이거저거그거 주세요~'라고 되어 있는데, 열거된 자료들은 해당되는 회사가 있고 없는 회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해마다 반복적으로 '저희 회사는 이게 없는데 어떻게 드려요?' 라거나, 해당되는 게 없는 회사임에도 '이거를 달라고 하셨는데 어디서 받아야 하나요?'라는 문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문의전화를 받아 설명하고, 해당 없음을 안내하고, 그러다 설명하는 중에 거래처에서 궁금한 것이 또 떠올라 질문을 추가로 받게 되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깎아먹는 일이 상반기에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 10년 정도는 신고안내문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사무실 자체적으로 보내는 경우에도 제가 담당하는 거래처는 빼고 발송하고 있습니다.
반면 저는 위와 같이 개별 사업장마다 그 사업장에서 받아야 할 것만을 요구하는 편입니다.
또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면 자료를 요청하면서 설명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위는 종합소득세 신고 안내문의 예인데, 저것보다 더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세무사사무실은 안내문을 여러 번 발송하는 것도 번거로우니 연말에 부가세, 사업장현황신고, 법인세, 소득세 신고 안내문을 한꺼번에 통합하여 발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과세사업장에서는 사업장현황신고 관련 문의전화가 오고, 개인사업자는 법인세신고 관련 자료 문의가 되돌아옵니다.
이 신고안내문이라는 것이 개별 사업장마다 다른 내용을 쓰는 것이 번거로우니 일을 '편하게' 하고자 내려온 문화인데, 실무적으로는 일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있는 부분이 아이러니입니다.
저는 일의 효율을 아주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일을 편하게 하려함이 오히려 업무효율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래서 거래처의 대응은 개별적으로, 맞춤형으로 하는 것이 당장은 좀 더 번거롭지만 길게 보면 덜 번거롭고 효율적이라는 것을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저 역시도 어쩔 수 없이 일괄적으로 보내는 안내문이 하나 있는데, 이는 연말정산 안내문입니다.
아래의 사진은 작년에 보냈던 안내문인데, 연말정산 안내문을 보내는 이유는 연말정산이야말로 정말로 모든 거래처가 같은 자료를 주어야 하는 신고이고, 받아야 할 자료가 많고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은 신고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안내문으로 돌아와... 자료를 요청할 때는 기간을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의 기간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해마다 1월 15일경에 열리는데, 이때는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인 2기 확정 부가세 신고가 한창일 시간입니다.
이때 연말정산 관련 문의를 받다 보면 작업시간이 짧은 부가세 신고에 아주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25일 이후로 조회해 달라고 명시를 하였고, 간소화 서비스가 열리는 때는 15일이긴 하지만 실제 수정사항들이 반영되고 확정이 되려면 20일이 지나야 합니다.
다행히 20일 이후에라도 연락이 온다면 부가세는 정리되어 가는 타이밍이니 업무에 방해를 덜 받습니다.
그럼에도 거래처의 직장인들은 '연말정산 = 세금을 돌려받는'이라 생각하여, 즉, 내 돈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관심이 많아 문의가 늘어날 우려가 있으니 2월 말이라는 넉넉한 신고기한을 안내하여 마음에 여유를 주려 하고 있습니다.
연말정산에만 안내문을 보내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부양가족을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만사 귀찮은 세무회계사무실에서는 부양가족을 파악하려고 '소득·세액 공제신고서'를 발송하고 작성해 회신해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 서식은 세무서식이다 보니 일반 근로자가 보기엔 칸이 너무 많아 문의 폭탄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우측 사진과 같이 간단한 표를 작성하여 따로 보내주는 것이 덜 시달립니다.
다음으로 시달릴 부분은 '연말정산간소화' 자료를 어떻게 내려받는지 오는 문의입니다.
전화통을 붙들고 말로 시달리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사진으로 설명을 하면 좀 덜 시달리게 됩니다.
거래처에 거래처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을 해야 되돌아오는 질문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홈택스 사용등과 같은 설명에는 글이나 말보다는 직관적인 이미지가 더 효율적입니다.
다음으로는 연말정산의 세액계산에 관련된 자료를 붙입니다.
세상에는 바보들만 있는 것은 아닌지라... 간혹 꼼꼼까탈스러운 직원들의 경우 저걸 본인이 읽고 이해하고 질문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저 내용을 이해 못 할 직원이라면 저 부분 관련해서는 문의가 오는 일은 거의 없으니 효율을 깎아먹는 자료는 아닙니다.
다음으로는 간략하게 누구나 파악할 수 있는 소득공제, 세액공제 요건표를 보내주면 근로자들이 자료를 준비하면서 본인에게 해당되는 것을 찾기 편해집니다.
또한 어렵진 않은데 자주 묻는 맞벌이 부부의 연말정산 관련페이지도 한 페이지 넣어줍니다.
역시나 들어오는 질문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따져야 할 것이 많은 주택 관련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대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공제가 있는 근로자는 별도로 해당 서식을 읽고 체크해 달라고 표를 하나 더 붙입니다.
연말정산 안내문이란 것이 시기적으로 연말이나 연초에 발송되는 경우가 많고 최근 수년간 최저임금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최근에는 바뀌는 해의 최저임금에 대한 안내도 같이 첨부하여 안내문을 마무리하여 발송했습니다.
다시 이 글의 주제로 돌아가... 늘 강조하는 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또 잔소리를 하자면, 관습처럼 내려온 대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더 게으르게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어차피 이 업종이 어딜 가나 연차에 따라 주는 업무량은 비슷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게으르게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업무효율을 늘리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물장부를 치는 것은 예외입니다만 이건 나중에 다른 글에서 얘기하기로 하고...)
그렇게 효율을 극대화하면 같은 업무량에도 남들보다 일에 투입되는 시간이 줄게 되며, 이는 출퇴근 시간이 같은 상황에서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기도 하지만, 같은 업무량이라면 마감에 쫓기는 동료와 다르게 남는 시간만큼을 검토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생깁니다.
사람이니까 업무를 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자면, 저는 최근 10년 이상을 거래처에 '제가 실수했네요. 제가 잘못했네요. 죄송합니다.' 같은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효율을 늘리고, 검토를 더 하면 실수는 줄고, 반은 서비스직인 이 업무 특성상 감정노동은 줄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제 갓 일을 배우는 우리 세순이들은 주변동료만큼이 아닌, 주변동료들보다는 월등하게 일을 제대로 빠르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계속해서 고민하며 일을 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좋겠습니다.